간호법 제정에 대한 전직 수술실 간호사의 생각
안녕하세요, 의료소송 간호사 선명입니다.
요즘 이슈가 되는 간호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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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의견이 다분히 들어가 있습니다..
*정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선 간호법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간호사 평균 근무 연수는 7년 5개월입니다. 그만큼 업무 강도도 높고 일이 굉장히 힘든 편에 속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간호사가 30대 전후로 사직하고, 40대 이상 간호사 비율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는 중간 연차의 숙련된 간호사가 부족해지고, 간호서비스와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주는 일입니다.
저는 5년 7개월 정도 근무했으니, 평균 근속 연수에 약 2년 정도 부족하게 근무했습니다. 노동 강도 대비 보수와 복지도 부족하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근무한 병원에서도 오래 근무하신 간호사 선생님이 많이 부족했었습니다. 제가 그만둘 때에도 한, 두 달 더 근무해 달라는 부탁이 있을 정도로 숙련된 간호사의 비중은 업무에 있어서 정말 큽니다.
이번 간호법은 의료법과 별도로 간호사 등 인력에 관한 총괄적인 법률을 제정하여 숙련되고 전문성 있는 간호 인력의 지속적인 확보와 안정적 배치를 하여 국민 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입니다.
제가 일하던 순간에도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의 실수로 수술의 진행이 방해되고 힘들게 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이처럼 숙련되지 못한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환자를 위험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큰 이바지 할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간호법 제정에 있어서 갈등의 핵심은 제정안이 담고 있는 '지역사회 간호'라는 표현입니다.
제정안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라고.
이에 대해 의사, 간호조무사 단체 등이 참여하는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기관 외에 '지역사회'에서 간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없이 단독으로 개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간호사의 의료행위가 의료 체계에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사의 개원을 가능케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33조는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단독 개원이 법적으로 이미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간호법 제정안도 10조 2항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적고 있다. 애초에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이기 때문에, 개원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의료행위가 실질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보입니다..
노년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병원에서 간호를 받는 분들보다, 가정에서 간호를 받는 분들이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그런 분들의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를 위해서는 간호법 제정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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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수술에 들어갈 때면 화장실을 못 갈 것 같아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물도 안 마시고 일한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인력이 부족해 식사시간을 놓쳐, 편의점에서 김밥 한 줄 먹고 수술에 들어간 적도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병원에 일하면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을 하게 만든 상황이 저뿐만 아니라, 지금 임상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의 상황이라는 게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픕니다.
사람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조성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