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간호사/수술실

뇌사자 장기기증 수술에 참여했던 후기

선명(善明) 2023. 12.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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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의료소송 간호사 선명입니다.

 

오랜만에 수술실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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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뇌사자 장기기증을 아시나요?

 

뇌질환이나 교통사고 등의 외상으로 뇌 전체가 손상되어 뇌사판정을 받으신 분들의 장기기증을 이야기합니다.

 

살아있는 사람 간의 장기이식은 자주 행해집니다.

 

가족 간의 신장이식, 간이식 등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사자의 장기이식은 자주 있는 케이스가 아닙니다.

 

 

 

뇌사판정은 어떤 것인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뇌전체에 손상이 있고, 심장박동 이외의 모든 기능이 정지된 상태입니다.

 

자발적인 호흡, 소화, 혈압조절이 모두 불가능한 상태이며, 예후는 안타깝게도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망하더라도 현재 장기는 다른 사람의 몸속에서 기능을 할 수 있기에 장기 기증이 가능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다양한 검사를 통해 뇌사 판정이 이루어집니다.

 

 

 

 

수술실에서 근무하던 시절, 처음 뇌사자 장기 적출에 참여한다는 생각에 부끄럽지만 들뜬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수술에 참여한다는 설렘이 있었습니다.

 

장기 적출할 시간이 되어 전국 각지에서 장기를 운송하기 위해 모인 의료진들,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직원분 등 다양한 사람들로 수술실이 북적였습니다.

 

그리고 뇌사로 오신 한 중년의 남성.

 

수술실 침대로 옮겨드리고 모두가 모여 장기 적출 이전에 묵념을 시작했습니다.

 

묵념을 마치고, 집도하는 교수님에게 메스를 건네드리며 장기적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칼이 몸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설레어하던 제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일반적인 수술은 수술 이후 회복을 위해 최소한의 절개를 시행합니다.

 

수술부위에 맞춰 절개를 하기 때문에, 최대한 작은 크기로 절개를 하게끔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뇌사자 장기이식은, 장기 적출을 위한 절개이기 때문에 지금껏 본 여느 수술 중 가장 큰 절개를 시행했습니다.

 

수술받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수술이 아닌, 타인을 살리기 위한 수술이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뇌사자분과 가족분들께서 숭고한 선택을 하셨는데, 나는 과연 그에 맞는 마음가짐으로 수술에 임했나 하는 부끄러움이 앞섰습니다.

 

 

 

이후부터는 부끄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려 수술에 집중하였습니다.

 

신장, 간, 폐, 심장 모두 적출을 마치고, 망인이 된 분의 배를 봉합하는 과정만 남았습니다.

 

모든 장기가 수술실을 나가는 과정까지 눈을 뗼 수 없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생명을 나누고 떠나가는 그 현장에 있었다는 자체가 정말 숭고하고,

 

그 수술을 참여하신 의료진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며, 장기이식을 결정하는 가족분들의 뜻이 너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제 부족했던 모습을 반성하게 됩니다.

 

그때 가졌던 고민과 생각들에 대한 답을 끝내 찾지 못하여, 수술실을 떠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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