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 간호사/의료소송

두 박스에 담긴 10년, 의무기록 분석 작업

선명(善明) 2023. 10. 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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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의료소송 간호사 선명입니다.

오늘은 10년 치 의무기록을 분석했던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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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하겠습니다."

 
1시간이 넘는 상담 끝에 의뢰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10년이 지난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의료사건에 대해 이야기하시고,
 
그 과정 속에서 의료과실이 무엇인지 판단하며 상담을 진행했습니다.
 
계약을 한다고 하셨을 때, 제가 더 도움을 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말 기뻤습니다.
 
"제가 며칠 뒤에 의무기록을 가지고 올게요. 양이 좀 많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의뢰인분은 집으로 귀가하셨습니다.
 
 
 
며칠 뒤, 의뢰인은  A4박스 2상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10년 동안의 의무기록입니다."라며 전해주셨습니다.
 
박스를 열어보니 그 양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두 박스는 가득 차 있었고, 이 모든 것을 분석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양이 많다고는 하셨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양이 너무 방대하였기에 계획부터 세웠습니다.
 
사건의 발생 시점, 전후과정에서 있었던 일 등 우선순위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얼추 계획이 세워지고 본격적인 분류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병원별로 나누고, 시간대별로 분류도 하고..
 
손가락을 종이에 베이는 아픔과 눈이 빠질듯한 피로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대충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 말고 누가 이 일을 하겠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해냈습니다.
 
분류하는 작업에만 4일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병원만 20곳이 되었습니다
 


모든 분류가 끝난 후, 본격적인 스캔을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분류한 내용들을 스캔하고, 각각 다른 폴더로 분류하고.

양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며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다고 위로했습니다.
 
스캔까지 마치고 나서, 드디어 시작된 의무기록 분석..
 
정말 한동안은 그 사건에 빠져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언가에 몰입하고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초심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진행하였습니다.
 
 
 
모든 분석이 끝났을 때, 뿌듯함과 안도가 저를 덮쳤습니다.
 
그동안의 피로와 고민들이 결국 의미 있는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 결과로 한 사람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다음 단계를 향해 더 나아가기 위해 작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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